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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 화물운송업 : 시장 정상화 방안
  • 작성일  2023.10.31
  • 조회수  792

 

 

시장 안정화·‘운송사-차주 공존의 룰찾아야

무리한 법 개정 이해관계자 대부분 반대

차주 중심의 시장으론 산업경쟁력 약화

지킬 수 없는 최소운송의무제 재고해야

위수탁제 순기능 인정하고 보완·개선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을 기화로 정부는 올해 초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고, 해당 내용이 담긴 법안을 마련해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발의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이에 대해 화물운송업계는, 법안이 시장의 불공정한 현실과 차주의 실질적 권익 개선보다는 특정 이해집단의 정치적 주장에 치중돼 있다고 반발하는 등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가 커 입법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상화 방안이 시장 내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정상화보다는 사업의 개인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며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화주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사실상 달성이 어려운 최소운송의무를 운송회사에 강제로 적용해, 의무를 달성하지 못한 운송회사의 사업권(번호판)을 차주에게 넘기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한 기존에 적용하던 안전운임을 폐지해 화주의 적정 수준 운임지급 의무는 면제한 반면, 운송사는 차주에게 일정 수준의 운임을 강제로 지급하도록 하는 표준운임을 대안으로 내놓은 바 , 화주-운송사-차주로 이어지는 국내 화물운송시장 운임 지급 구조에 비추어봤을 때 정부의 이 정책의 바탕에는 사실상 운송사 퇴출을 통해 화주-차주만을 시장에 남기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추진에 따라 반세기 넘도록 묵묵히 국내 화물운송업을 수행해 온 12천여 개 운송회사는 돌연 불법을 일삼는 거머리’, ‘빨대’, ‘중간착취자라는 마녀사냥 대상으로 전락했으며, 급기야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화물운수사업자들이 반발하는 정상화 방안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업계 여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최소운송의무

 

직영화 한계 : 화물운송업은 노선이나 지역의 정함이 없이 전국을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화주와의 물량 계약의 경우도 일부를 제외하면 단기간(6개월, 1)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자금 운용의 불확실성이 높아 수억원에 이르는 차량구입비, 유지·관리비, 인건비 등의 고정 지출을 필요로 하는 직영화 대신 위수탁, 용차 등이 유지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실정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개정안에는 직영 운송회사에게 화물차 신규 증차를 허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상 무용지물인, 혜택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을 운송사업자들에게 혜택인 것처럼 담아놓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거래 불가능한 기업물량 : 차주와의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들의 시장 선점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으나, 기업물류의 경우 화주와 차주 간 직거래 비율은 높지 않고 중간에 운송사나 주선사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화주는 운송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회피를 위해 운수사 또는 법인 소속 차주와의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량의 물량을 차주에게 개별적으로 배차하는 것은 업무의 효율성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4년 허가제 당시 정부는 모든 차주에게 특례허가(사업권 무상허가) 제도를 시행했으나, 전체 차주 약 20만명 중 10%에 불과한 2만명만이 특례허가를 받았으며, 이중 85%(17000)가 오히려 다시 위수탁계약을 체결한 것도 개인사업자 신분으로는 시장에서 물량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통상 대부분의 물량수송계약은 저가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사실상 가격 이외에는 경쟁적인 요소가 전무해 곧바로 저운임으로 고착화되는 점은 과거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소 운송사들은 소속 차주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운송사가 어렵게 물량을 확보해 회사에 소속된 위수탁차주에게 물량수송을 지시해도 위수탁차주가 이를 거부할 수 있어 정부가 정상화방안으로 내세운 최소운송의무를 충족시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업계 관계자 의견이다.

 

실제 시장에는 차주가 운송회사에서 물량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위수탁계약 체결을 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에도 정부는 이러한 현실은 무시한 채 단순히 물량을 주지 않는 운송사업자를 일방적으로 번호판 임대료만 수취하는 악덕업자의 프레임을 씌워 퇴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정부는 운송사의 운송기능 회복을 위해 일정 수준의 최소운송의무를 강제하고자 하면서도, 정작 차주가 이를 거부할 때의 대안은 마련해 놓지 않는 우를 범하고 있으며,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의의 운송사업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량등록명의 변경

 

정부는 정상화 방안을 통해 차량등록명의를 차주로 기재해야 불법행위가 근절되며 차주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일부 특정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측면이 강하다. 운송사업자들은 불법행위 근절의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으나, 말 그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차량등록명의를 기존 운송회사에서 차주로 전환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초 정부에서 실시한 지입제 피해사례 실태조사 결과 신고건수는 총 790건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사례가 전체 일반업종 소속 화물차 20만대 중 0.4% 정도만 해당됐다는 점은 시장 내 극소수의 불법행위자가 문제로, 이들을 적발해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화물연합회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로 합당하다.

 

화주의 경우도 개인차주보다는 운송회사 소속 위수탁차주와의 물량 거래를 선호하는 바, 이는 화물 운송과정에서의 문제나 사고 발생 시 이에 대한 담보처리능력을 개인보다는 회사가 감당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2017년 경남 창원터널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사고의 경우에도 해당 사고를 낸 위수탁차주가 소속된 운송회사에서 책임을 지고 사고를 수습했으며, 이는 차량등록명의가 운송회사로 돼 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운송회사의 사회적 기능은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상화 방안과 같이 차량등록명의가 차주로 전환될 경우 운송회사에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능 제공 의무가 사실상 사라지게 돼 개인 차주의 부담이 늘어날뿐더러, 향후 이와 관련된 소송 및 분쟁을 증가하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원 정책 필요

 

이렇듯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은 시장 내 갈등과 혼란을 증폭시킬 우려가 큰 내용이 다수 담겨있어 보다 신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을 무리한 법 개정을 통해 밀어붙이는 것이 결코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도 운송사업자가 차주의 차량소유권을 침해한 사례는 거의 없으나 차량등록명의를 차주로 전환할 경우 차주 책임이 급속히 증가해 득보다 실이 많고, 반대로 운송사업자의 역할과 책임이 축소돼 시장 내 비정상화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는 극소수의 운송사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각 차량별 최소운송의무 강화(20%이상 물량확보 및 배차)를 통한 미충족 업체의 시장 퇴출 방안 역시 무리한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시장에는 운송사업자의 운송기능을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라 차주의 선택에 의해 물량수송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또 과도한 저가 물량입찰 경쟁으로 인한 물량 확보의 어려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송회사의 물량확보 및 운송기능 회복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부터 사실상 직영이 불가능한 산업 여건에서 운영되면서 국내 화물운송시장을 지탱해 온 위수탁제도를 무조건적으로 나쁘게만 보고 무리하게 개인화·직영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위수탁제도의 순기능은 인정하고 문제점은 수정·보완하는 노력을 통해 점진적인 개선을 도모해 나가는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교통신문 2023-10-26